2014. 9. 14. 17:10
1. 출국
1월 1일 새해, 오후 1시 반 비행기였다.
친구가 초보자는 출국 3시간 전까지 반드시 가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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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낮아졌다.
실제로 공항 입구에서 수속 밟는데 1시간도 안 걸렸다.
길치이기 때문에 헤맨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소요된 시간은 거의 30분 남짓이라고 보면 된다.
시간대에 따라서 유동적일 수 는 있겠지만 출국 1시간 반~2시간이면 여유로울 것 같다.
덕분에 면세점 구경은 실컷했다.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담을 가방도 없었고 (작은 크로스백 뿐이었다.)
학회 포스터 화구통을 앞으로 열 몇시간 이상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면세점 쇼핑은 올 때 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이렇게 나처럼 남는 시간동안 지루해 죽어버릴 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공연을 해준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5600원짜리 스타벅스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쪽쪽 빨면서 사진 몇 장과 동영상을 찍었다.
공연은 30분 남짓 이어지다가 끝났다.
이런식으로 지정된 시간마다 나와서 연주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부분 팝이나 가요를 연주했다.
넓디넓은 인천 공항을 거의 다 돌고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다 마시는 동안에도 탑승하기까지 시간이 남아돌았다.
배가 조금 고프긴 했지만, 기내식을 맛있게 먹을 요량으로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탑승권을 보여주면 앉을 자리를 안내해준다.
자리에는 슬리퍼와 담요가 놓여있다.
비행기가 안정권에 들어서면 기내식이 나온다.
기내식은 몇 가지 선택권을 준다. 파스타, 소고기 요리, 돼지고기 요리 중에 골라보라고 했다.
앞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걸 다 골라가버릴까봐 조금 걱정됐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이 여행기는 처음 외국 나가보는 사람의 여행기이므로 이런 쓸데없는 내용이 나와도 감안하여 보도록 한다.)
나는 통로쪽에 앉아있었고, 옆자리에는 초딩꼬마 둘이 타고 있었다.
꼬마 둘의 보호자는 없었다. 둘이서 파리 여행을 간단다.
비행기에 그런 꼬마는 얘네 둘 뿐이었다.
승무원들이 꼬마 둘을 어지간히 챙겨주었다.
마지막에 내릴 때는 승무원들이 쓴 편지와 함께 뽀로로 가방같은걸 선물로 줬다.
부러웠다.
비행기를 11시간 정도 타고 가야했는데 그동안 영화 세편을 봤다.
애드리언 브로디가 나오는 피아니스트가 감명 깊었다.
잡스랑 위대한 개츠비는 그냥 그랬다.
2. 경유
드골 공항에 내려서 생각했던건
내 캐리어는 잘 굴러다니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캐리어가 늦게 도착하면 내가 손쓸 도리 없이 일정이 모두 어그러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드골 공항의 천장의 철골 구조는 상당히 멋있었다.
사진을 찍고싶었다. 내가 탈 에어프랑스는 아직 1시간 후에나 준비되기 때문에 또 면세점을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자판기에는 500ml 생수가 2유로나 했다. 대략 3천원 남짓. 물론 돈주고 뽑아먹는 짓은 하지 않았다.
3시간도 채 안걸리는 데 기내에서 간식을 줬다.
닭고기 샌드위치, 맛있었다.
3. 도착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았다.
내 포스터 화구통을 보고는 화물 검색대의 여자가 눈웃음을 쳤다.
이 화구통에 뭐가 들었다고 생각한 걸까.
어쩌면 처음 외국 나와본 티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그러고 나오니 21시 58분.
리스본까지의 시차 8시간을 고려하면, 3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으니 대략 18시간 반이나 공항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리스본 공항에서의 사진은 한 장 뿐이다.
사진 찍을만큼 뭔가 멋있는 것도 없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온통 텅빈, 사람 없는 공항이었다.
20분 정도 기다려서야 내 캐리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분명 깔끔하게 넣었는데 각종 스티커 따위가 붙어있었다.
공항의 Vodafone에서 유심을 살 계획이었지만 문을 닫았다.
호텔에 가서 유심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4. 지하철 타기
리스본에는 4개 노선을 가진 지하철이 있다.
각각 아줄, 아마렐라, 베르지, 베르멜랴 (Azul, Amarela, Verde, Vermelha)로 부른다.
포르투갈어로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을 뜻한다.
표는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기 전에 지하철 탑승권을 뽑을 수 있는 기계에서 뽑을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되어있는데 대충 이것저것 손으로 터치해 보다보면 카드가 나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어로도 지원된다.
편도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1.4유로,
1일 자유 이용권은 6유로를 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0.5유로를 내야 연두색의 viva 카드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카드는 한 번 얻으면 계속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카드는 종이 재질로 되어있다.
요금은 당일 여행 계획에 따라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자유이용권으로는 버스와 트램도 맘대로 타고다닐 수 있다.
자유이용권은 24시간동안 유효하다. 자고 일어나서 시간만 잘 맞추면 또 탈 수 있다.
지하철은 보통 아침 6시 반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행한다.
돌아오는 날이었던 1월 9일엔 지하철 파업이 진행되는 바람에 버스를 타야했다.
전광판에 파업한다는 걸 미처 못봤으면 꽤나 당황했을 것 같다.
공항에 붙어있는 역이름은 아에로포르토(Aeroporto).
빨간 선의 맨 위쪽에 있는 역이다. 말 그대로 '공항' 역이다.
내가 묵을 Hotel Travel Park는 안조스(Anjos) 역에 바로 붙어있었기 때문에,
빨간 선을 쭉 따라 가다가 알라메다(Alameda) 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내 여행에서는 택시는 이용하지 않는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리스본에 있는 9일간 버스와 트램과 기차와 지하철만을 이용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스크린도어 따위는 없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도 없다.
열차는 시간에 따라서 열차 편성 수가 달라진다.
내가 탔던 세바스티앙(Sebastião) 역 행은 3량 뿐이었다.
제일 사람이 많을 때도 6량이 제일 많았다.
서로 가깝게 마주보고 타는 자리, 서로 멀게 마주보고 타는 자리가 있다.
부담스럽다.
사진상으로는 되게 깔끔해 보이지만, 의자의 천이 많이 낡아 있었다.
5. 호텔 찾아가기
새해 분위기가 나는 거리다.
인도는 특유의 울퉁불퉁한 돌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있어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가는데 죽을 맛이었다.
안조스(Anjos) 역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역까지 나오는 마지막 계단에도 에스컬레이터 따위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캐리어는 미친듯이 무거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올 때 입고있던 코트를 캐리어에 걸쳐놓았다. 코트를 입기엔 더운 날씨였다.
날씨는 18도 정도였다. 습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한국의 3월 날씨를 생각 하면 된다.
출구는 총 4개였는데,
나와서 봐도 Hotel Travel Park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정말 운이 좋게도 호텔과 가장 먼쪽의 출구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 다음번 지하철 타고 올 때에도 또 같은 출구로 나오는 바보짓을 했다.
물론 이걸 8일간 타면
나중에는 눈감고 내려도 호텔 바로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나는 항상 리버풀을 따라가면 됐다.
'Saida'는 출구라는 뜻이다.
6. 호텔 평가
Hotel Lisbon Park는 3성급 호텔이다.
혼자서 침대가 2개있는 방을 썼다. 방도 상당히 넓고 깨끗했다.
벌레나 뭐 기타 더러운 흔적 조차 없었다. 매우 맘에 들었다.
샤워, 욕조, 헤어드라이어가 있고, 수건이 크기 종류별로 3가지가 걸려있었다.
수건은 쓴 다음 욕실 바닥에 던져두면,
외출하고 돌아왔을때 다시 새로운 것들로 교체된다.
출국하기 전에 40만원 후반 정도에 예약했다.
날짜가 가까워질 수록 가격이 착해졌다.
체크아웃할 때 추가 요금같은건 없었다.
8박을 하는 동안 조식이 제공되는 옵션을 골랐다.
조식에 나왔던 걸 쭉 나열해보자면,
여러가지 종류의 빵.
매일 종류가 달라진다. 안에 초콜릿이 들어있는게 제일 좋았다.
이상한 젤리가 박혀있는 빵도 나왔는데 내 스타일 아니었다.
식빵을 반 잘라서 튀긴다음 설탕 바른 것은 있으면 항상 가져왔다.
식빵과 몇 가지 종류의 잼.
식빵을 직접 구워먹을 수 있다.
치즈나 햄을 같이 올려서 구워도 된다.
여러가지 종류의 햄과 치즈와 버터.
햄 안에 할라피뇨가 들어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각종 과일. 과일 통조림. 우유. 시리얼.
시리얼은 내 스타일 아니었다.
커피 자판기.
자판기라고 하기엔 조금 고급스럽고, 그렇다고 커피머신은 아닌...
커피도 맛있지만 뜨거운 우유가 그립다.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었는데 질리지 않을 만큼 다양했다.
너무 배 불러서 못 먹는게 있어 아쉬웠다.
조식을 먹기 전 이름과 방 번호를 묻는다. 맞으면 통과.
나중엔 얼굴을 기억하더라.
세탁 서비스도 있지만, 빤스 하나에 3유로 뭐 이런 식이라
더 이상 입을 옷과 속옷이 없었던 날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코인 빨래방 같은 곳을 찾아갔다.
이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7. 다음 날 여행 일정 구성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지도 않고 그냥 바로 옷을 벗고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몸을 30분 넘게 담궜다.
씻고나서는 침대에 누웠다.
공항에서 가져온 리스본 관광지도와 구글 맵을 번갈아 보면서 내일 여행 일정을 짰다.
대충 꼭 가야겠다 생각 되는 곳을 정해 놓고,
동선에 따른 버스 번호 같은걸 몇 개 적어두고,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고는 잠들었다.